고객제표가 기존에 없었던 독특한 식견을 제공한다는 논지의 1번 타자는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의 개념입니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의 개념적 필요성과 그 의미를 강조해왔지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산고객 (총고객) = 자본고객 + 부채고객
입니다.
여기에서 자본고객은 우리회사의 진짜 고객, 왠만한 상황에도 우리 회사의 고객으로 남을 만한 안정적인 관계에 있는 고객을 의미하고, 부채고객은 현재 우리 회사 매출에 기여하고 있지만, 사실 경쟁사의 진짜 고객일 가능성이 커서 언제든 떠나갈 수 있는 잠시 빌려온 고객을 의미합니다.
물론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에 대한 실무적 정의는 업종마다 기업마다 달라집니다. 리테일 업종처럼 상품 구매 시 개인의 식별정보(회원 아이디 등)를 제공하는 지의 여부에 따라 단순하게 식별고객을 자본고객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반면, 모든 고객이 100% 식별고객인 금융, 이동통신, 구독서비스 업종의 경우처럼 총거래 기간이나 평균 구매액, 구매 빈도 등의 조건을 고려하여 조금 더 정교한 자본고객 기준을 설정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어느 업종의 회사던 자본고객은 부채고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고객상태표의 자본고객과 부채고객 관련 주요 평가지표들의 값들만 비교해봐도 쉽게 알 수 있고, 고객손익계산서 상의 두 고객 그룹에 대한 공헌이익율과 영업이익율을 보면 더 객관적이고 명확한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업종에 따라, 그리고 같은 업종이라도 기업에 따라 자본고객의 중요도는 달라집니다.
아래 그림은 리테일 업종에 속해있는 한 회사의 실제 고객상태표의 일부입니다.
기업의 고객 대차대조표라고 할 수 있는 고객상태표에서는 총 고객을 구성하는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의 총 매출액, 매출비율, 고객 수, 고객비율, 그리고 평균매출액과 같이 고객유형별 특성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평가지표들이 보여집니다.
이 데이터를 보면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의 비율은 약 45:55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각 고객유형의 매출이 차지하는 매출비율을 보면 83:17로 극명한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즉, 이 정도만 알더라도 자본고객이 부채고객에 비해 훨신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업에서 자본고객의 중요도를 객관적으로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수치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 단수한 평가지표 값들을 통해 자본고객 중요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본고객이 얼마나 더 중요한지의 개념은 자본고객의 비율이 낮아도 자본고객의 매출비율은 높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자본고객의 중요도는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습니다.
자본고객 중요도 지수 = 자본고객 매출비율 / 자본고객 비율
만약, 모든 고객이 동일한 수준의 매출 기여도를 보인다고 가정했을 때 자본고객이 전체 고객의50%를 차지한다면 매출 비율 역시 50%일 것이기 때문에 위 공식은 50%/50%이 되며, 자본고객 중요도 지수는 1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기업의 자본고객 중요도는 기본적으로 1 이상이어야 하며, 클수록 자본고객의 상대적 중요도는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기 사례 기업의 경우 82.5/45.2 = 1.83이 나오며, 어느정도 자본고객의 중요도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기업에게 자본고객이라는 의미와 존재는 모두 중요하지만, 업종마다 혹은 심지어 같은 업종이라도 기업마다 자본고객의 중요도는 다르게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상기 기업과 같은 리테일 업종의 경우 자본고객 중요도는 최소 1.3에서 최대 3.1 수준까지 분포해 있고, 의류/패션 업종의 경우 최소 1.7에서 최대 4.9까지 비교적 큰 편차가 발생하기도 하며, IT나 컨설팅 업체와 같은 B2B 기업서비스 업종에서는 최대 9.5 수준까지 자본고객의 중요도가 증대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동통신과 같은 유틸리티 산업의 경우 1.05~1.4 정도로 자본고객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동통신과 같은 유틸리티 업종에게는 고객상태표보다는 고객손익계산서나 고객흐름표가 더 의미있는 고객제표가 될 것입니다.
한편, 자본고객의 중요도 지수는 마케팅이나 CRM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은 익히 아실 파레토 법칙과 비교해보시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보통 2:8 법칙이라고 부르는 파레토 비율은 사실 고객 파레토 비율과 매출 파레토 비율로 나누어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고객 파레토 비율은 상위 20%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냐를 보는 것이고, 매출파레토 비율은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고객이 상위 몇 %의 고객으로 커버되느냐를 보는 것입니다. 즉, 2:8의 비율을 각각 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죠.
따라서, 만약 파레토 이론대로 상위 20%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면 앞서 설명한 자본고객 중요도 지수는 80/20 = 4.0 수준의 자본고객 중요도를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위 극단적인 파레토 비율을 갖는다고 알려져 있는 은행이나 증권사, 혹은 명품브랜드 기업의 경우 상위 10%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90% 가까이 설명하기 때문에 9.0 수준의 자본고객 중요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기업이 자본고객의 중요도를 높이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자본고객 중요도 지수의 공식을 다시 보면,
자본고객 중요도 지수 = 자본고객 매출비율 / 자본고객 비율
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자본고객의 중요도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자본고객 비율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자본고객 매출비율이 늘어나거나, 자본고객 비율의 상승분보다 자본고객 매출비율의 상승분이 더 커져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자본고객 매출비율은 이고, 자본고객 비율은 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자본고객 한 명당 매출액을 늘리는 것이 자본고객의 중요도 지수를 높이는 최적의 방안이 될 것입니다. 이는 실무적 관점에서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반복구매나 교차구매를 증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광고나 할인행사를 통해 유입하는 신규고객들은 고객상태표의 자본고객 분류 원칙상 거의 100% 부채고객으로 분류됩니다. 만약, 자본고객에 비해 부채고객의 증가 패턴이 강할 경우 결국 전체 매출액에서 부채고객이 차지하는 매출비율이 커지면서 자본고객 매출비율은 감소하게 되고, 결국 자본고객의 중요도 지수 역시 감소하게 됩니다.
결론입니다.
고객상태표에서 표면적인 평가지표들의 수준들도 중요하지만, 우리 회사의 자본고객 중요도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본고객의 중요도를 높일수록 기업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개선됩니다.
부채고객보다 자본고객을 늘리는 방안에 집중하세요.
자본고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고객을 찾아 영입하는 것보다는 기존 부채고객 중 자본고객의 기준에 근접한 고객들을 찾아 그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마케팅/영업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